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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Volume 2

•DJG•9 min read



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델타2 정거장

수리소는 간판이 없었다. 정확히는 옆 가게 간판이 절반을 가려 있어도 보이지 않았다. 미리 장소를 물색하고 부품 주문까지 마친 마리가 짚어내지 않았으면 스치고 지나갔을 존재감이었다. 망한 지 오래된 것처럼 위장한 가게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간다.

내부는 좁고 낮았다. 가뜩이나 골목 조명도 줄어든 곳이라 저녁 같았는데.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한 개뿐이라 구석은 죄 어둠에 덮였다. 수리 테이블에는 사이즈가 맞는 팔 한 짝만 분리되어 올라갔고. 새것임을 보증하는 진공 포장이나 멀끔한 트레이 같은 건 없었다.

“코드?”

“MF-0429.”

가림막 역할을 하는 비닐을 걷고 수리사가 나오자, 마리가 바로 대답했다.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앉으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리사는 같이 들어온 네바를 잠시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그게 다였다. 구태여 질문하지 않아 싱겁게 벽 하나를 골라 기댄다. 그나마 선반이 없는 멀끔한 벽이었는데. 차가운 슬레이트에 몸을 기댔더니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어둠이 눈에 익자 벽을 가득 채운 공구 선반이 보였다. 죄다 낡은 것들. 복잡하고 난잡했지만 그 또한 손에 익은 그만의 배치 설계일 것이다. 네바는 오랜만에 조우한 다른 엔지니어의 세계관을 감상한다.

“팔.”

마리는 매듭을 풀어 소매를 걷었다. 튀어나온 전선을 숨긴 붕대도 마저 풀고. 수리사가 고개를 기울여 안쪽을 살폈다. 손에 쥔 진단 장비는 연식이 상당해 보였다. 돈을 벌었으면 저것부터 바꿨을 텐데. 결과만 나오면 그만인가. 네바는 저렴한 사설 수리소에서 장비 타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고 절단면 안쪽에 대뜸 손을 넣어 정리했다. 찢기고 뜯긴 부품을 마구잡이로 뽑아낸다.

순간 네바가 등을 뗐지만,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얹고 기다리는 마리를 보고 도로 기댔다. 참견하면 안 돼. 고급 유닛 수리는 전공 밖이라고. 거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야 했다.

“임플란트 마지막 업데이트가 언젭니까?”

한창 수리받다 마리가 불쑥 물었다. 곧 붙을 자기 팔을 살피면서.

“제대할 때.”

“7년 전이요?”

내부를 정리한 수리사가 진단 장비를 들었다. 액정에 수치가 올라오고. 마리는 옆에서 흘끗 화면을 본다.

“의체 연결부 마모가 심한 거 알죠? 잘 때 그쪽으로 새는 신호 때문에 인공 근육이 자주 경련합니다. 그러면 피로도가 쌓이고. 누적되면 전투 중에 반응 지연이 생겨요.”

“오래됐으니까 마모는 어쩔 수 없지. 약간의 지연은 감수하고 적응했어.”

“기다리는 동안 네바도 업데이트 하겠습니까? 마모로 생기는 딜레이는 고질적인 문제라, 그걸 보완하는 펌웨어가 있습니다.”

“퇴역했으면 땡이야. 공식 업데이트 접근권이 차단됐거든.” 네바는 어깨를 으쓱 올린다.

“제가 은하 망에서 코드를 긁어서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네바 신체에 더 최적화된 버전으로, 필요한 기능도 추가로 넣어서요. 네바도 원할 것 같아 물어봅니다.”

네바는 수리사 쪽을 본다. 그는 둘의 대화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밤에 안 자는 동안 그런 걸 만들었을 줄은. 투박한 손이 묵묵히 움직이는 걸 보며 묻는다.

“뭘 넣었는데?”

“반사신경 강화, 접합부를 포함한 의체 감각 시스템 재조정, 통증 조절 정밀화 같은 것들이요. 전부 최신 업데이트에 추가된 기능입니다.”

수리사는 깨지고 부서진 부품을 모조리 뜯어낸 내부를 닦는다. 더러운 천으로 대체 뭘 닦으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연결 부품을 몇 개 새로 끼우고. 툭툭 치며 어깨를 들라는 시늉을 했다. 마리는 그가 요구하는 대로 어깨를 들어 절단면을 위로 올린다.

그가 무언가 중얼거렸다. 마리가 고개를 돌려 둘이 잠깐 대화한다. 공용어가 아니라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 좀 걸린답니다.” 네바의 시선을 의식한 마리가 번역해 준다. “그동안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얼마나 걸려?”

“물리 포트로 연결하면 업로드 자체는 금방입니다. 새로 설치하고 코드를 받아들여서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지.”

“해봐.”

네바는 유닛의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수락한다. 그럼 이쪽으로, 마리가 부르는 대로 움직였다. “프로세서 근처에 연결 포트가 있습니다.”

멀쩡한 팔이 근육이 잘 선 종아리 아래를 더듬었다. 인공 살갗을 비틀어 반틈 벗겨내고. 마리가 손등을 아래로 내리자, 손목에 매설된 연결 단자가 튀어나왔다. 미세한 핀이 촘촘히 박힌 형태였다. 달칵, 종아리를 쥐어 손목을 대자 단자가 꼭 맞게 연결됐다.

“조금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가 눈을 감는다. 업로드에 집중하는 걸까. 다리를 타고 오묘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졌다. 누가 건물에 들어와서 전원 스위치를 모두 눌렀다가 꺼 보는 느낌. 원래 업데이트할 때 느낌은 어땠더라. 하도 옛날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감각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전송하는 동안 마리의 눈꺼풀이 움찔움찔 꿈틀대다가, 슬쩍 떠진다.

“벌써 됐어?”

시선이 마주쳤지만 그는 눈을 내려 네바의 전신을 훑는다. 무언가를 읽으려는 걸까. 어떤 확인을 마친 눈이 도로 감겼다. 하나만 더 추가할게요. 한참 뒤에 마리가 말했다. 뒤이어 수리사의 드릴 소리도 울렸다.

무언가가 전송되는 동안 마리는 고개를 기울여 네바의 몸에 기댄다. 팔에 이마가 닿았다. 체온보다 훨씬 뜨거웠다. 네바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가만 업로드를 기다린다.


“맞다. 밖에서 사람 행세하려면 체온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을 거야.”

수리를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노점에서 국수 몇 그릇을 먹고. 보충할 물자와 필요한 것을 잔뜩 샀다. 마리가 배터리팩 일부를 미리 현금화한 덕분에 자금 상황이 넉넉했다. 전자담배 등에 넣는 다목적 액상 카트리지 맛을 수상할 정도로 오래 구경하는 유닛을 질질 끌며 거리를 걸었다.

“추운 곳이 아니니까 계속 발열할 필요 없어.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아.” 마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한다. “제 코어 시스템이 많이 낙후된 수십 년 전 버전이라, 정거장 로컬 네트워크에 연결된 김에 개선된 체계로 완전히 교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산 부하에 따른 코어 온도가 체온 방출에 그대로 반영되는 중입니다.”

“조절이 안 돼?”

“체계 결함인지 아직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온도가 노출될 겁니다.”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난 또. 나 때문에 계속 뜨겁게 유지하는 줄 알고.”

“네바 때문은 맞지 않을까요? 네바가 제 코어 연산과 감정 처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마리는 고개를 까딱이다 도착한 바의 문을 열었다. 온갖 주종을 화려하게 구비한 곳이라더니. 첫인상은 소박했다. 장교 식당이던 곳을 정리한 덕분에 층고는 다른 곳보다 높았지만, 벽이나 구석마다 어수선하게 쌓인 잡동사니로 오히려 좁아 보였다. 모서리가 바스러진 항법 지도, 짓이겨져 용도를 알 수 없는 금속 덩어리,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빈 술병…, 덕분에 오래된 공간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흘렀다.

“팬시한 술을 팔 것 같진 않은데.”

“분명 리뷰에서는⋯,” 공간을 스캔한 마리 역시 당황한다.

“언제 올라온 정보였는데?”

“아 날짜. 13년 전이네요.”

네바는 피식 웃으며 바에 들어간다. 그 정도로 오래 장사했으면 아주 나쁜 곳은 아닐 거야. 주는 대로 마시자고.

카운터에 붙은 의자가 네댓 개, 테이블이 셋. 작은 공간만큼이나 음악 소리도 대화 소리보다 작았다. 두런두런 말이 오가는 테이블을 지나 카운터 자리에 녹아든다.

“위스키로 드릴까요?”

메뉴판이고 뭐고. 바텐더는 멋대로 주문을 고른다. 두 샷이요, 얼음 없이. 네바는 주는 대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그는 저렴한 합성 위스키병을 손에 든 채였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잔에 쪼르륵 호박색 위스키를 부어줬다.

“칵테일 같은 건 없나요?”

마리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음. 하나 만들어드릴게요. 바텐더는 위스키를 따라놓고 술 몇 병을 꺼낸다. 부스럭대자 금방 잔이 만들어졌다. 마리는 맥주잔과 비슷하게 기둥 없는 잔을 들어 여러 색이 뒤섞인 술을 빤히 관찰한다.

“어때?”

네바는 받은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켠다. 목을 치고 넘어가는 알코올을 꾹꾹 눌렀다. 마리는 마땅하게 표현할 만한 단어가 없는지 고민한다.

“모르겠습니다. 달고 쓰고 신데, 셋 다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셋 다인 것 같기도 하고.”

저기, 이거 이름이 뭡니까? 고개를 기울이며 바텐더에게 묻자 레지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맛이 아닌 것 같은데. 마리는 긁적이며 잔에 혀를 또 담근다.

“레지듀는 바에 남은 술을 그때그때 맘대로 섞어서 주는 거야.”

질문이 가득한 유닛은 계속 바 안쪽을 기웃거렸지만 바텐더는 이미 돌아선 지 오래였다. 손님은 쳐다도 보지 않고 들어가 버려 네바가 대신 그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정해진 레시피가 없고요?”

“없어. 그날 버전뿐이야.”

웹마다 묘사하는 맛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였군요. 마리는 잔을 빙빙 흔들어 층이 나뉜 술들을 한데 섞는다.

“뭐가 섞였을지 예측할 수 없는 혼합물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방금 네가 주문했잖⋯,” 크헉, 순간적으로 누군가 뒤통수를 탁 치는 바람에 네바의 대답이 뚝 끊긴다.

“네바가 여긴 웬일이래!”

둘 사이에 호탕하게 웃는 여자 한 명이 비집고 들어온다.

갑작스러운 공격이라면 반사적으로 팔꿈치가 나갔을 텐데. 아직 감각 신경을 업데이트 중인 네바는 반격은커녕 필요 이상으로 펄쩍 뛰어오르는 게 다였다. 당연히 올라올 공격을 기대했는지 미리 방어 자세를 취했던 팔만 머쓱하게 내려왔다.

“소켓.”

짙은 피부의 여자는 대뜸 네바를 안고 얼굴을 비볐다. 짧게 친 밝은 머리카락이 피부를 콕콕 찌른다.

“이야, 진짜 오랜만이네.”

“너는 왜 여깄는데?”

“여기가 내 주력 동넨데?”

밖에선 그냥 캣이라고 불러라, 캐스여도 되고. 캐스의 시선이 미끄러져 옆으로 이동한다. 누구야?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눈치부터 주기에 네바가 어색하게 둘을 연결했다.

“이쪽은⋯, 캐소드cathode야. 군대 동기. 그리고 여기는,”

“마리예요.” 마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캐스는 덥석 그의 손을 잡는다. 새것처럼 보드라운 손등에 투박한 손이 겹쳤다. 누덕누덕 기워서 손가락 둘은 아예 덜걱거리는 금속으로 된, 정거장 용병의 거친 손이 악수를 위아래로 흔든다.

“특이한 이름이네요.”

마리는 누가 악수에 응한 게 처음인 것처럼 흐뭇한 표정이었다. 사람 이름 같지 않은 어휘에 유닛이 운을 뗐다. 캣은 수없이 들어온 질문이라 익숙한지 간편하게 대답했다.

“근본 없는 놈이라서.”

같이 자란 노동자 언니들이 부르던 별명이야. 아무도 나한테 이름을 지어준 적 없거든. 네바 주변에는 늘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동병상련 같은 건 아녔는데. 제 엄마를 잘 알고 살갑게 지내는 사람이 더 적지 않나? 느닷없는 사연 공개에 짤막하게 서로를 탐색하는 공기가 흘렀다.

“언니들이 많이 귀여워했나 봐요. 음극은 회로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잖아요.”

“흠. 그냥 쓰레기 같은 별명이었는데.” 캐스는 애써 포장하는 유닛의 말을 정정하려다 관둔다. “한잔할래?”

긴장한 듯, 경계하는 듯, 한편으론 달갑고 흥미로운 듯. 네바는 물끄러미 상대를 훑는 마리를 본다. 괜찮겠어? 턱을 얕게 끄덕이기에 네바도 일어선다. 안쪽 테이블에 덩치 큰 세 여자가 쭈르륵 앉았다.

“내가 살게.”

그는 카운터에서 술병을 들고 온다. 안에 든 액체가 신비하게 반짝거렸다. 마리가 흥미롭게 병을 보는 동안 캐스가 옆구리를 찌른다. 대행이야? 샀어? 아니면 일? 네바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보였을지에 생각이 미쳐 이마를 구겼다.

“당분간 같이 산다, 왜.”

캐스의 웃음이 짧게 멈춘다. 야, 미안. 근데 네 스타일이 너무 아닌데. 푸핫, 그만해야겠다.

“한 잔 받아요, 예쁜이.”

천박한 미소를 그대로 달고, 그는 금방 옆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좋아요. 마리 역시 부드러운 눈웃음으로 잔을 쥐었다.

푝, 뚜껑을 따자 반짝이는 스파클링이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증류를 거치지 않아 탁한 우윳빛 안에서 끊임없이 빛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나까지? 주르륵 잔 세 개가 깔린다. 마리는 이미 잔을 집어 들어 냄새를 맡고, 발광하는 액체를 완상했다.

“새롭네요.”

네바는 잠시 망설이다 제 몫의 잔을 털어 넣는다. 냉동고에서 막 꺼냈는지 알코올의 홧홧함보다도 차가움이 먼저였다. 온도감이 강해 술맛 자체는 약했지만, 뒤늦게 위장이 뜨거워지는 걸 보니 상당히 도수가 높은 술이었다. 고소하고 걸쭉한 단맛이 잠시 맴돌다가 사라진다. 뒷맛이 불유쾌했으므로 남은 위스키를 체이서 삼아 덮는다. 하여튼 요란한 성질머리 하고는.

“이게 대체 무슨 맛입니까?”

마리는 한 모금도 안 되는 적은 양을 수차례 나누어 마시면서 미뢰를 가동했다.

“독한 맛.”

캐스가 히죽거린다. 당신처럼 보기 좋은 떡이지, 이맘때 아니면 안 나오는 거라 귀한 거.

“반짝이는 술은 처음 봅니다.”

“여기 정착한 무슨 난민 부족에서 만든 건데, 왜 반짝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나. 원랜 작업 칠 때나 주는 비싼 거지만 네바랑 만나는 여자라니까 서비스.”

“꼭 저 같은 것만 마시지.”

알코올 느낌이 바로 올라오지 않는 독한 술의 용도야 빤하잖아. 네바가 말리기 전에 마리는 자신의 잔에 거푸 술을 따랐다. 유닛도 취하던가? 아직 마리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안에 고농도의 알코올에서 서식하는 발광형 미생물이 들어있어서 그렇습니다. 살균하지 않고 유통되는 거라 인간에겐 착란이나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하하, 그건 영업 비밀인데. 그런 것도 알아?”

캐스는 그의 말을 대뜸 끊는다. 마리는 눈알을 굴리며 얌전히 술을 삼켰다.

“구토하면 토사물도 반짝거리겠네요. 지금 내장 안도 그렇고. 네바에게 재미있는 친구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유닛은 혼자 거진 반병은 먹어 치우다 아랫입술을 핥는다. 입술에 남은 액체 역시 오묘한 빛을 띠었다.

“근데 진짜 몰랐다. 하도 딱딱한 새끼였어서. 우리 얼간이가 어쩌다 이런 여자를 만났지.”

노골적인 시선이 마리의 온몸을 떠나질 않는다. 그는 눈을 고정한 채 하염없이 네바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는 은근히 자신을 배제하는 화법에 지지 않으며 부득불 대화에 끼어들었고.

“네바에게도 별명이 있었습니까? 아까 소켓이라고 부르던데.”

“아— 저 자식은 코르크였어.”

야. 간만에 듣는 콜사인에 네바는 장난스레 툴툴거린다.

“왜요?”

“그야, 병마개처럼 뻥 터져서 날아갔으니까? 폭탄 밟아서 다리 날리고, 구멍 숭숭 나고, 그런데도 안 뒈지고 살아서 왔잖아.”

“너무하네요.” 마리는 네바를 돌아보며 눈치를 살폈다. 네바는 한심하다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런 유머가 없으면 못 사는 곳이거든.”

술이 계속 줄어들자 캣은 병을 잠근다. 마리는 한 잔을 더 마시려다가 타이밍을 빼앗겼는지 손을 거뒀다.

“소켓은. 그것도 의미가 있는 별명입니까?”

“그건 초면에 대뜸 말하자면 좀 긴데. 술도 더 마셔야 하고.”

“길긴. 잠자리든 험한 일이든 안 가리고 다 받아 처먹어서 소켓이지.”

네바는 요리조리 도망치는 그를 재차 잡아 눌렀다. 그러면 유능하다는 뜻이겠네요. 입꼬리를 끌어당기는 각도가 삐딱하다. 조소 표현이었을까.

“맞아. 그래서 말인데. 내가 좋은 일 하나 물어서 칼로 섹터에 가려고 하거든. 방향만 맞으면 태워다 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