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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캐빈저스 레인

Volume 3

•DJG•9 min read
갠홈은 시간날 때 뭉텅이로 올려둘 예정입니다 ^.^


1. 스캐빈저스 레인 Scavengers Reign



섹스 중에 병합해 볼 생각 없습니까?

쏟아져 들어오는 빛보다 더 반짝이는 눈이 애타게 올려다본다. 양팔을 목에 감고. 너른 투명창에 기대어 잡아당긴다. 끌려가지 않고 버티자, 마리는 함선을 기울여 자신에게 쏟아지도록 유도한다. 네바는 못 이기는 척 남의 함선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유닛 위로 엎어졌다.

정신적 레벨의 결합은 단순한 육체 결합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줄 겁니다. 가깝게 다가온 귓가에 속삭인다. 짙게 여과된 뷰포트를 뚫고 눈부신 청백색 에너지가 비쳤다.

“접촉쌍성 구경하게 오라며.”

뚫어놓은 창 너머로 서로의 중력에 휘말려 융합 중인 항성이 보였다. 은근슬쩍 항로를 우회하여 충돌 중인 별을 구경시켜주는 의도도 빤하다. 마리는 생활복 위로 몸을 더듬으며 함선을 평행 상태로 돌렸다.

“혼자 관측하기 아까운 풍광이니까요.”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목에 매달려 쪽쪽거린다. 두 별이 요란하게 발산하는 빛 덕택에 턱 아래를 간질이는 머리카락도 희게 빛난다.

가까이에서 보니 제법 근사하긴 했다. 비슷하게 생긴 항성이 서로를 집어삼키며 흡사 체력 단련실의 아령 같은 모양새를 이뤘다. 이미 외부 대기는 하나로 합쳐졌고, 반투명한 껍데기 안에 핵 두 개가 요동쳤다. 땅콩처럼 둥근 모양새를 보며 손에 가깝게 감기는 엉덩이를 꽉 쥔다.

접촉면에서 터져 나오는 플라즈마를 응시하기만 해도 눈이 시렸다. 눈 아래 살이 올라오며 얼굴을 찡그리자 마리는 키스하며 뷰포트의 여과 단계를 올린다. 장막이 씌워진 것처럼 빛이 보기 편한 단계로 줄어들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서로 형질이 달랐지만 열에너지를 끊임없이 섞고 교환하면서 동일한 색이 되었습니다.”

가슴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옷 위를 더듬다가. 냄새 입자 하나라도 더 모으려는 듯. 킁킁거리던 유닛은 사이를 가로막는 반팔을 벗겨낸다.

“저러다 완전히 닿으면 어떻게 되지?”

네바는 팔을 들어 가소로운 움직임에 응하며 묻는다.

“… 적색 신성(Nova)으로 폭발하겠죠. 저 질량이라면.”

“거봐.”

자꾸 욕심부리고 어거지로 닿으려고 하면 터진다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안겨든 등을 쓸어내린다. 일부러 그 말을 거스르며 꾸물럭거리는 유닛이 온몸을 붙여 온다.

“하지만 그때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는 다른 현상과 견줄 수 없습니다. 누구도 죽음과 소멸이라는 뜻에 방점을 두지 않고 여전히 이 현상을 ‘신성新星’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단순한 별에서 거대한 성운으로 진화해 우주를 장식하는 겁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비해 설득하는 어조는 차분하다. 네바는 비비적 움직이는 그를 살짝 떼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조임이 없게 걸쳐지다시피 한 허리 고무줄은 큼직한 손 따위는 저항 없이 내려보낸다. 축축하게 내부를 적신 윤활액이 이미 도톰한 천 밖까지 새어 나왔다.

“육체적 결합으로 충분한 것 같은데? 진화가 더 필요해?”

천 밑에서 손가락끼리 티 나게 문지른다. 윤활액이 지문 사이사이에 매끄럽게 펴 발라졌다. 흥. 이건 제가 준비해 둔 거고요. 마리는 입술을 꿈틀거리다 삐죽인다.

검지로 속옷 위를 슬슬 긁듯이 문지른다. 서운하다는 듯, 아니면 보채는 듯, 앓는 신음이 준비됐다. 맑고 끈끈한 액이 배어나오고. 장난스럽게 예열하자 유닛의 손이 참지 못하고 그를 잡아 속옷 밑에 밀어 넣는다. 언어적 요구 없이 은근슬쩍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 볼을 내려다본다.

하아아, 중지가 젤리 같은 내부를 가로지르자 유닛이 귓가에 숨을 뱉는다. 한쪽 다리를 올려 허리에 감고. 외다리로 서서도 전혀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손길을 받아들인다. 주변을 마저 간질이자 젖은 인공 털들이 쿨쩍이며 소리를 낸다. 그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턱을 긁어주듯 끝을 구부려 자극하자 점막이 마찰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남은 손으로 흰 목덜미를 덮고 입을 맞춘다. 섹스 중에 활성화되는 맥동이 펄떡이며 전해졌다. 빛을 뿜어내는 푸른색 쌍성 표면에도 멍든 것처럼 어지러이 흑점이 돋아나고, 돌다가, 사라진다. 그게 그것들을 꼭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네바는 어색하게 입술을 축인다.

마리는 잠깐 생긴 틈도 허락하지 않고 보챘다. 목에 매달려 입을 맞추고. 혀를 밀어넣자 백도어를 통해 그가 느끼는 것들이 전해졌다. 간질간질. 메티스가 주입한 신경 환상과는 다른. 지금 그가 음순 사이로 받는 실제 감각이 공유된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동일한 궤적으로 자극이 동기화됐다.

“연결 끊어.”

“체험판으로 즐겨 보면 어떻습니까?”

“싫어.”

손을 멈춘다. 그러자 자극도 함께 멈췄다.

병합 이후, 아무리 통로를 닫으라고 해도 완고한 유닛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너무 방대한 데이터가 오가서 닫아지지 않는다나. 뻔한 거짓말일 텐데도.

병합으로 공유되는 감각은 물리적 자극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신체 위에 한 차원이 더 덧입혀진 것처럼. 촉촉한 표면만 만져지는 게 아니라 안쪽 영역에 누가 손을 집어넣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신체 부위마다 형이상학적인 영혼이 있어서, 방금 보지의 영혼이 만져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툴툴거리는 것까지 예견한 마리는 자세를 바르게 서더니 어깨를 누른다.

“그러면 입으로 해주세요.”

눈꼬리가 벙싯거리며 웃는다. 안아줄 거 아니면 내려가라고? 대범하게. 직설적으로 요구해 오다니. 발칙한 군사AI 시절의 해프닝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마리는 확실히 눈치챘다. 병합 이후 그가 함부로 밀쳐내지 않는다는 것을. 두 눈이 누울 자리를 똑바로 응시한다.

“별 보자고 불러놓고. 안 보이는 밑으로 막 밀어 넣네?”

한 큐에 내려가지 않고 일부러 힘주어 버틴다. 유닛은 쇄골 끝부분을 엄지로 매만졌다.

“으음. 충분히 보신 줄 알았습니다. 키스하는 내내 제가 아니라 너머를 구경하고 계셔서.”

“질투하나 봐.”

트레이닝 복에 가까운 바지를 툭 건드려 내린다. 천들이 쏟아져 내리며 소음을 냈다. 거뭇하게 젖은 팬티도 스르륵 내려 발목에 걸친다.

“항성 따위에 샘이 나는 건 아닙니다.”

더 가깝게 닿고 싶을 뿐이지…, 나직하게 속삭이며 티셔츠를 들어 올린다. 그림자 밑에 가려졌던 누런 털무덤이 드러난다. 투정부리며 재촉하는 유닛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보다 키가 한 뼘은 작았으니 무릎만 대고 서면 위치가 안 맞았기에, 네바는 짧은 망설임 후에 무릎을 꿇었다. 헉, 하고 숨을 들이쉬는 소리와 함께 마리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욕심 많은 시선이 판판해진 허벅지를 훑는다.

골반 아래가 벌써 꼼질거리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슥 살덩이 하나를 벌려 점막을 공기 중으로 끌어낸다. 네바 역시 그와 함께 젖어 드는 밑을 의식하며 혀를 움직였다. 유닛은 손을 입가에 대고 손톱 주변을 깨물거렸다. 으응, 네바…, 그렇게 시끄럽게 굴 필요 없다고. 지속적으로 튜닝을 시도했지만 그는 꿋꿋하게 이름을 불렀다. 반응을 보면 이쪽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요, 하며. 몇 번을 아니라고 우겨도 막무가내였다.

“머리카락 잡아도 됩니까?”

목덜미를 간질이던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얽혀들더니 확 뒤통수를 당긴다. 으웁. 얼굴이 부딪힌 네바가 불만스럽게 웅얼댄다. 허락이 아니라 선포잖아. 그의 애액에 코끝이 문대지고. 한 소리 하려다가 앞니를 드러내 음핵 위를 긋는 걸로 대신한다.

유닛은 동그란 볼을 붉히고 용병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고 혀를 찼다.

“왜?”

쯧, 하는 소리가 나 네바가 잠시 고개를 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처리했어요.”

뭐길래. 두 번 묻기 전에 손이 다시 머리채를 쥔다. 괘씸한 유닛의 가랑이에서 혀를 거두려는 찰나, 경보 알람이 울렸다. 마리가 분위기를 위해 조절해 둔 뷰포트의 조명이 죄다 환히 켜진다.

“외부 기압 누출? 갑자기?” 네바는 황급히 입술을 훔친다.

“아니요. 가짜 경고입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철컥. 뷰포트 출입구가 잠긴다. 뒤이어 누군가가 다가오는 인기척. 문을 열 타이밍을 놓친 구경꾼이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다.

“별 구경 다 했냐? 착륙할 준비 해야지.”

“아직 도착까지 3시간 21분 남았습니다.”

캐스의 목소리가 두꺼운 격벽을 타고 넘어온다. 유닛은 짜증스럽게 음성 출력을 키운다.

“이제 거기 로컬 네트워크 연결됐어. 가서 짐 싸고 함선 주차 자리도 예약해야 돼. 네바랑 상의할 거 아주 많아.”

“그 정도는 나중에…,”

띠릭─ 말이 끝나기 전 해킹을 막지 못한 문이 열린다. 네바는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가슴에 댔다. 훤한 쌍성 빛을 마주해 퍼렇게 된 캐스가 오, 하며 입술을 만다. 아까 어디 부딪혔는지 이마에 신선한 혹을 단 채로.

“너네 떡치는 줄 알았다. 어찌나 빡빡하게 막던지.”

“알면 기다리지 그랬어.”

네바는 티셔츠를 도로 입는다. 입으면서 콧등에 묻은 액체를 슬그머니 옷 안쪽으로 닦았다.

“심심하잖아.”

“같은 수로 두 번은 안 통할 겁니다.”

마리도 속옷을 허리로 끌어올린다. 흘기는 눈이 매서웠다. 쟤는 그렇게 당하고도 안 무섭나. 통로 문을 잠가대는 인공지능을 교란하기 위해 오는 길의 경보 버튼을 전부 누른 캐스가 키들키들 웃었다.

“내부 통신으로 몇 번을 불렀는데? 족족 차단하니까 직접 행차했잖아. 아니면 잠시 서서 기다려줄까? 3분이면 되나?”

나도 껴주면 30분? 세 시간? 한창 고조되던 분위기는 이미 찬물을 맞았다. 전혀 비켜줄 생각 없는 여자는 문 앞에 팔짱을 끼고 선다.

“하아. 됐어. 점심이나 먹자.”

네바는 눅눅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대답한다. 심통이 난 유닛만 인간 둘을 가로질러 큰 보폭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볼룹타스를 떠나 도착한 곳은 거대한 함선 공동묘지였다. 초광속 이동으로 거리를 벌리기에만 급급하다가 겨우 수립한 목적지였다. 함선 수배가 내려질 테니 도망만 칠 게 아니라 함선이 추적되지 않도록 세탁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50시간은 엔진 가동을 중단하고 절대 영도에 버려둬야 했다. 내부의 고유 자기장 배열이 붕괴되는 동안 피신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마리가 다섯 시간 넘도록 계산에 매달린 끝에 계류 구역 하나를 짚어냈다. 조만간 해당 섹터의 항성에서 강력한 흑점 폭발이 발생해 우주 쓰레기 폭풍이 크게 일 거라고. 전자기 폭풍까지 덮쳐 모든 통신이 두절되고 고립되는 동안 함선을 묶어두자는 얘기였다.



그 무대가 될 장소가 스크랩 리프(Scrap-Reef)였다. 큼직한 가스 행성들 사이 라그랑주 포인트에 만들어진 공백 지대. 수백 년에 걸쳐 표류하던 폐선과 온갖 쓰레기, 소행성 잔해 따위가 고여 축적된 곳이었다.

중심에 위치한 거대 소행성 암반을 누군가가 파고들어 살기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사람이 모였고, 어느샌가 그들은 형태가 온전한 폐선을 이어 붙여 산호초 지대 같은 복잡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광활한 우주에 생겨난 쓰레기 섬이나 다름없었으니 부품과 고철 수급은 쉬운 편이었다. 엉성한 케이블과 산소 튜브만 달고 우주에 훤히 노출된 공간을 들쑤실 각오만 있다면.

“괜찮은데? 거기서 함선 블박도 갈고 도색도 바꾸자고.”

“너 저중력 공간에서 적응할 수 있어?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야. 환경도, 사람도.”

셋 중 그 전략이 탐탁지 않은 건 네바 뿐인 것 같았다. 네바는 미간을 찌푸리며 유닛의 표정을 살핀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여기가 아니면 함선을 무방비로 둘 공간을 못 찾겠어요.”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기대 효과는 확실했다. 콜드부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었다. 오도 가도 못 하는 사이 발각되면 끝이지만. 데브리 폭풍이 이는 만큼은 한숨 돌릴 수 있으리라.





스크랩리프 착륙장은 예상보다 더 휑뎅그렁했다. 착륙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착지를 마친다. 계류 클램프에 코모란트가 물리는 순간 둔탁한 충격이 선체를 훑었다. 쿵. 충격과 동시에 발이 바닥에서 떠오른다. 체중이 옅어진 몸이 느리게 체공하다가 바닥에 돌아왔다.

“도킹 완료했습니다. 현재 외부 기압은 0.3기압. 산소 농도 기준 미달이니 보조호흡 장구 착용 권고합니다.”

도착과 동시에 마리가 기계적으로 안내한다. 권고 아니고 필수야. 너도 꼬박꼬박 마스크 착용해서 들키지 말고. 네바는 보호복과 마스크를 건네며 정정했다.

묵직한 기밀문이 열리자 유닛이 통로에 제일 먼저 발을 내밀었다. 예상보다 작은 저항에 몸이 앞으로 쏠린다. 빠르게 붙잡은 손잡이 덕에 출입구에 머리를 박는 건 면했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몸이 과장되게 위로 튀어 올랐다. 마리는 높게 폴짝대다가 허공에서 발끝을 조심스럽게 휘저어 중심을 잡았다. 미약한 중력이 그를 서서히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우와.”

바닥에 겨우 선 마리에게서 탄성이 터진다. 그는 흥미로운 듯 손을 내밀어 착륙으로 일어난 쇳가루를 건드렸다. 손가락에 맞은 입자는 느릿느릿 반대 방향으로 호를 그리며 떨어졌다.

“처음 오면 머리 한 번 박아주는 게 통과의례인데. 시시하게.”

기대했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자 실망한 캐스가 옆을 활강한다. 발을 움직이는 대신 손잡이를 잡고 몸을 앞으로 밀어 길게 떴다. 허리에 매단 추진기가 짧게 분사되며 캣을 더 길게 실어 나른다. 한참 앞에 착지한 그는 돌아서서 아무도 없는 관객을 향해 인사했다.

“추진기는 한 개뿐입니까?”

마리는 그의 허리춤을 탐욕스럽게 구경한다.

“어차피 너는 못 써. 이렇게 다니려면 라이센스 있어야 하거든.”

코 앞에 선 캣이 근거리 통신으로 대답한다.

“네바도 있습니까?”

홱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네바는 손을 크게 저었다. 소리가 먹히는 곳에서 애써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유닛은 곰곰 생각하다 손잡이를 밀며 네바 곁으로 돌아온다.

“차라리 나은 것 같습니다. 추진기가 오류라도 일으키면 바로 우주를 표류하게 될 겁니다.”



마리가 힘주어 손을 잡아 왔다. 그래도 1분 먼저 저중력을 경험한 선배라고 꽉 잡은 손이 그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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