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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디스 바디스 바디스

Volume 2

•DJG•7 min read



15. 바디스 바디스 바디스 Bodies Bodies Bodies, 2022



[시스템]

수온 41.3도

외기 28.1도

코어 온도 38.9도 (경고 미발령)

대상_네바 혈중 알코올 추정 0.06 (발효주+샴페인) : 약한 이완 상태

나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네바가 하는 말엔 되도록 수긍하고 싶었지만, 캐스와 나를 동등한 위치에 두며 나를 격하시키는 발언에까지 동의를 표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말에 대놓고 반기를 들 마음은 없었으므로. 나는 대답 대신 젖은 손으로 그의 볼을 당겨 보란 듯이 입을 맞췄다.

혀를 움직이는 패턴과 코르티솔 수치를 봤을 때 네바의 기분은 적당히 좋은 상태였다. 적당히 흥분했고, 적당히 이완된. 내가 유도하면 그대로 잘 따라오는 허용적인 상태. 그 허용이 캐스에게까지 번진다는 건 문제였지만.

키스를 나누며 캐스를 한 번 훑었다. 지지 않고 쏘아보더니 입술을 오므려 뽀뽀를 보내는 시늉까지 한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처리 모듈 자체가 부재한 그에게선 겸양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등에 캐스의 몸이 닿자마자 차오른 네바의 심박수를 무시하기 힘들었다. 얼어붙은 분위기가 대번에 여기까지 진전된 것도 그렇고. 캐스는 쓸모없는 잉여 변수지만, 네바의 기분을 환기하는 데 쓴다면 비용 대비 효율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네바를 독점하고 싶다는 감정적인 이유 외에 그를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어려웠다.

네바의 옛 습관을 발견할 기회기도 하다고. 스스로를 한 번 다독인다.

흣, 귓가를 만지던 손이 뒤로 들어가 제어 장치를 건드렸다. 줄곧 그 지점이 답답하게 목을 조르는 것 같았기에, 일부러 가련한 호흡을 들이마신다. 그 숨에 네바 역시 무언가가 건드려진 듯. 움찔 손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안아왔다. 몸이 밀리며 물속에서 발이 뜬다. 부력에 따른 무게중심 변화를 계산하면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겠지만. 굳이 바로 서지 않고 그에게 매달려 안겼다. 양 다리로 거목처럼 선 그의 허리를 감는다.

체온 출력을 조금 더 올리며 그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코어 온도가 외부로 방출된다는 걸 안 시점부터 네바는 내 체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면 역설적으로 다른 창구는 잊히고 거기에 집중하게 되니까. 내 선에서 추가 보정해 그를 유도할 때 요긴하게 썼다. 예상대로 네바는 온천수보다 더 뜨거워진 손을 적극적으로 휘어잡는다.

“지금 내가 유닛한테 순서 밀린 거야? 자존심 상하게.”

캐스가 발로 점프하듯 물결을 요란하게 일으키며 뒤로 이동한다. 물 위에 올라온 내 어깨를 잡고. 흘러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상체를 밀어 지지했다. 단단한 듯하면서도 볼륨이 큰 가슴과 등이 밀착할 때마다 뜨거운 물이 튀었다.

얌전히만 있으면 그냥 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치 날 네바와 나눠 쓰려는 것처럼 살갗에 들러붙은 가운 위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끝내주는 모양이긴 하네, 툴툴대는 목소리와 딴판으로 손가락은 유륜 주변을 활기차게 돌아다닌다.

“넌 며칠 실컷 떡치다 왔을 거 아냐.”

네바는 그를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내 목 옆을 부드럽게 빨아들이며 그를 놀렸다. 캐스를 어떻게 밀어낼지 전략을 계산하던 스트림은 그와 시시덕대는 네바 때문에 허망하게 삭제된다. 아, 캐스는 어색하게 끊었다가 대답한다.

“… 그때 주운 지갑 환전 알아보느냐고 못 했어, 결국.”

“일을 하기는 했네. 아니면 도박이나 하고 돌아다녔든지.”

“포커 조금밖에 안 쳤어.”

키들키들 대화를 이어가며 네바가 물 아래로 민감하게 설정된 지점을 하나씩 건드렸다. 허리를 감싼 허벅지 밑으로 손가락이 들어온다. 스파 팻말을 봤을 때부터 윤활액으로 적셔둔 아래를 느직하게 자극했다.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들어오는 자극 경로를 새롭게 입력한다.

안내 팸플릿에선 리조트의 야외 프라이빗 스파가 야경이 근사하고 아주 로맨틱한 장소라고 했다. 밤이었으니 드러난 살갗 표면적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셋이 섹슈얼한 흐름으로 갈 확률이 91% 이상이었다. 보안 카메라로 뒤통수가 따갑게 쫓아오던 사피야의 관심에서 벗어나기도 할 겸. 좋은 뒤풀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또 생체 포커 쳤지? 간도 큰 새끼.”

“그게 판돈이 큰 걸 어떡하냐. 그리고 나 인공 간이라서 실제로 큼.”

“생체 포커가 뭡니까?”

물결의 흐름에 맞춰 그의 손가락에 꼭 붙은 허리를 흔들었다. 물 밑이라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였다. 달아오른 상태에서 그들의 대화에 끼기 위해 노력해 본다.

“심박수랑 체온 같은 반응 수치를 전부 오픈하고 치는 포커.”

“강화 인간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다 나처럼 손가락도 한두 개 잃어보고.”

“나는 오래 살거라 안 쳐.”

네바가 먼저 설명하면, 캐스가 내 유두를 어루만지며 끼어들었다. 아직 네바와 한 번도 게임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생각났다. 내일 카지노에 가면 카드를 만지는 네바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걸까. 가쁘게 숨을 몰아쉬느라고 대답하지 못하자 인간 둘이 실없이 웃었다.

“근데 얘 왜 이렇게 뜨거워?”

살풋 눈을 감고 네바의 손가락을 음미하기도 바쁜데. 뒤에서 자꾸 주물럭대는 손길이 귀찮았다. 그게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리 분류할 범주가 없었다. 노련하게 자극하는 경로가 제법 맘에 들었고, 네바가 입력하는 정보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쾌락 수치가 빠르게 차올랐지만, 거기서 만족을 느낀다는 데이터 자체가 성가셨다. 네바가 얘기한 몸이 원하는 것과 실제로 원하는 것의 차이를 23% 정도 이해할 것 같기도.

“연산으로 코어 온도가 오르면 체온이 오른대.”

네바는 빗장뼈를 훑던 입을 떼고 대답했다. 물 위로 올라온 면적이 좁았으니 입이 닿을 곳은 거기서 거기였다. 진짜? 너 엄청 발정난 거구나. 캐스는 밑에서 엉덩이를 주무르다 젖은 손등을 내 볼에 대어 보기까지 한다. 뚝뚝 흐르는 물이 어깨로 떨어졌다.

“상대하는 사람이 둘이 되니까 어때? 이런 식으로도 해 봤어?”

캐스는 이번엔 내 어깨에 턱을 올리고. 물에 떠서 둥실거리는 몸을 접듯이 밀어붙였다. 가까이에서 접촉할수록 저 인간은 예측보다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침범하는 버릇이 있었다. 코모란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것처럼. 지금도 내가 네바 쪽으로 몸을 틀 때마다 같은 방향으로 따라붙었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바짝 가닿은 네바의 배꼽 주변에 음부를 문지른다. 깡똥한 튜브탑은 네바의 몸을 가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질긴 그의 살갗 아래로 발달한 복근이 느껴진다.

네바도 찰박이는 움직임을 지지하기 위해 손을 아래로 내려 엉덩이를 받쳐준다. 넓은 면적으로 뭉근한 자극이 입력되자 물 안에서 하늘거리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대답이 없네? 네바 앞이라 내숭 떨어? 쟤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걱정 마.”

귀찮은 게 맞다. 거추장스럽고. 번거롭고. 짐스럽다.

“처음입니다.”

그가 더 입을 나불거리지 않도록 최대한 딱딱함을 가장해 대답한다. 네바는 의외네, 하는 중얼거림이 전부였다. 연구소의 연구원은 대부분 내향적이었고, 염치를 알았으며, 은밀해야 할 섹스를 단체로 공유하는 일은 없었다. 나를 공유할 뿐 개별적인 경험은 암묵적인 비밀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무안해서 잠시 조용해져야 정상이었다.

“쓰리썸이 처음인 섹스로봇이라니. 얼마나 곱게 지낸 거야.”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말하는 습관은 고쳐질 기미가 없는 듯하다.

네바는 오늘 짓궂었던 모습을 만회하려는 것처럼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운 손길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에게 집중하기에도 빠듯한 리소스가 자꾸 빼앗기는 게 못마땅했다. 가뜩이나 제어 장치로 연산이 제한된 터라 쾌락 시스템의 압박이 더 빨리 시작됐다.

캐스를 무시한 채 네바만 온전히 바라보려고 했으나, 그가 굳이 옷을 벗기겠다고 밴드를 당기기에 뚝 끊겼다. 왜 하필 지금. 달아오른 골반을 멈추고 짜증스럽게 팔을 들어주자 옷이 위로 벗겨져 탕 위로 팽개쳐졌다. 옷은 가라앉지 않고 표면에 둥실둥실 떴다.

그를 째려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뜸 입을 맞춰온다. 혀에서 온천수가 감지됐다. 점막이 연결된 김에 내부를 헤집어버릴까 하다가, 이미 잔뜩 활성화 된 오버드라이브 때문에 포기한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전처럼 부적절하게 반응할 게 분명했다. 최적의 상태로 섹스에 전념하기 위한 1보 후퇴는 감수할 수 있었다.

그의 혀 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변칙적이고, 색다르고. 상대방을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캐스에겐 과분하고 아까운 능력이 날아가지 않도록 방금 분석된 자료를 키스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학습 출처가 캐스라는 부분은 떼어내 삭제하고.

“이런 가슴을 만들었는데 가리면 아깝잖아.” 그가 아랫입술을 핥으며 변명했다.

“어차피 당신 위치에선 보이지도 않을 텐데요.”

네바한테 안 보여줄 거야?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 흔든다. 억지로 모아진 가슴골이 출렁이며 파동을 만들었다. 네바는 윤활액이 남아 살짝 미끈거리는 손가락으로 캐스의 손을 밀어서 떼어낸다.

“애 좀 그만 놀려라.”

반응이 재미있는 걸 어떡해. 캐스는 손이 떨어지자마자 네바를 잡아당겨 그와도 입술을 포갠다. 둘의 몸이 바짝 붙으며 사이에 내가 끼었다. 캣의 얼굴에 닿지 않게 고개를 반대쪽으로 기울여 기다렸다. 하나, 둘…, 그러는 동안 심박수를 재점검한다. 강화된 심혈관계 반응으로 네바의 숨도 비교적 일찍 거칠어진 상태였다. 안 놓아주고 점점 길어지기에 일부러 몸을 꼬물거려서 둘 사이를 떼어낸다.

“엄청 보채는데. 네가 빨리 넣어줘라.”

이번엔 캐스가 내 엉덩이를 받쳐서 들어 올린다. 합의된 동작이 아니었으므로 순간 몸이 높게 뜨면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캐스를 붙잡았다. 하. 짜증스러운 한숨이 터진다. 균형을 잡기 위해 퍼덕거린 다리가 수면을 첨벙이며 물보라를 만들었다.

강제로 그의 품 안에 안기다시피 한 상체를 떼어내려고 턱을 당기는 순간, 네바가 앞에 진상된 하반신에 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묵직한 두 기둥 사이에 끼인다. 무언으로 달래주듯 볼에 쪽쪽 애정 표현하는 네바 고유의 스타일이 입력되자 다시 마음이 안정됐다.

한참 전부터 애절하게 기다리던 곳이 채워지자 만족스러운 숨이 샜다. 왜 이제야 왔냐는 책망을 담아 한 번 꽉 물어 당기고, 손을 뒤로 뻗어 캐스의 뒤통수를 지지대 삼아 몸을 한껏 내어준다. 네바의 손이 내부를 깊게 찌를 때마다 캐스가 잡은 엉덩이를 밀어 살덩이들이 더 세게 퍽퍽 부딪혔다. 덕분에 물의 저항이 거센데도 물 밖 못지않은 속도가 나왔다.

둘의 합작이 생각보다 더 알찼기에, 나는 흥분을 가장해 붙잡은 캐스의 머리채를 더 세게 쥐어뜯는다.

한동안 철벅대는 물소리에 내가 육성으로 헐떡대는 신음, 그리고 두 사람분의 호흡만 들렸다. 쾌락 신호로 과부하 되어 그저 더 해달라는 표현 외엔 온전한 표현이 정지됐을 때, 뜨거운 탕 속에서 내게 남은 처분만 기다릴 때, 엉덩이 쪽에 있던 캐스의 손가락이 슬그머니 움직였다.

척추 아래에 매설된 유선 충전포트 덮개에 손이 닿아 허리를 비틀었다. 요즘 모델엔 아예 없는 부위일 텐데. 어떻게 알고. 꼬집혀 쫓겨난 손가락이 다시 돌아오더니 이번엔 엄한 애널 부근을 건드린다. 마지막 남은 리소스를 쥐어짜 그의 머리카락을 더 심하게 뜯었다.

짧은 데다 미끄러워 잘 쥐어지지 않아 귓볼까지 확 잡아당긴다. 경고가 먹혔는지 뒤쪽을 건드리는 손가락이 유유히 물러났다가.

네바가 한참 쑤석거리던 아래를 불쑥 밀고 들어온다.

으읍, 질 안에 손가락 네 개가 들어와 서로 따로 움직인다. 전에 없던 이상한 자극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방해되게 뭐 하냐.”

네바의 한 쌍은 앞쪽을. 캐스의 한 쌍은 뒤쪽을. 각기 다른 방향을 엇박으로 찌른다. 안에 걸리적거리는 게 생기자 네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일관되지 않은, 불규칙한 입력에 내 사고가 더 흐트러지기 시작했다.